열차가 이곳에 멈추면
나는 보던 책을 잠시 놓아두고
은근히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행여 기대가 이루어 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같은것은 이제는 가지지 않는다.
다만 나는
예전에 있었던 예쁜 일들을 되짚어 보며
알지 못할 감상에 젖는다.
그렇게 열린 문 밖으로 아쉬운 기억들을 엮고 있는데
열차는 어떻게 그것을 알고서
얼른 문을 닫아 재끼고는
서둘러 이곳을 떠나 버린다.
이내 어두운 터널에 들어서면
반갑던 그곳은 온데간데 없고 주변은 온통 깜깜한데
그제서야 나는 보던 책을 다시 꺼내들어 읽기 시작한다.
매번 지하철을 지나다니며 보는 그 역은 나에게 여러가지로 인연이 많은 곳이다. 그와 헤어졌던 곳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그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지나면서도 혹시 그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역을 조심히 살피곤 했는데 계속된 실망 끝에 이제는 아예 기대를 갖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 묻혀서 살아가는 동안 그사람 없이는 살지 못할것 같던 그때의 격한 감정은 이제는 시간이 흐른만큼 어느정도 무디어졌지만 아직도 하루에 몇번씩은 생각이 떠오른다.
마침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의사와 상관없이 잊어야했던, 바쁜 일상과 현실에 떠밀려간 그 느낌들이 다시금 떠올라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이제서야 적어 보았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그는 여전히 내곁에 없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나는 또 오늘의 일상에 매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