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2

일전에 올렸던 게시물에 사실은 양심에 찔리는 부분이 있어 다시 올린다.

> 평소에도 보험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진절머리 났던 나는 동의서 사인을 거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보험사, 혹은 기타 모든 여성 텔레마케터로 부터 오는 모든 전화를 환영하는 편이다. 보통 전화가 오면 30분 통화는 기본이다. 대개 서너시간 까지 통화하는 경우도 있다. (어짜피 통화요금은 그쪽에서 내는 것이니까..)

처음에는 그냥 그애들 업무상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소한 일상 얘기를 하나씩 꺼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두 하게 된다. 결국은 서로의 전화번호 혹은 MSN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하고 전화를 끊게된다. 물론 관계는 계속된다.

재미난 점은 텔레 마케터들의 모든 통화 기록은 녹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좀 노골적인 이야기 ( 애인하고 어제 했는데 무지 좋았다더라.. ) 는 불가능 하다. 관리자들이 매번 확인하는것은 아닌데 그래도 기록이 남는것은 찜찜하다.

그래도 툭 터놓고 얘기하게 되는데에는 그 아이들이 업무 자체가 워낙 피곤스럽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모든 직업은 영원히 피곤한 것이다. 특히 텔레 마케터들처럼 대부분의 상대가 원치않는 무언가를 얻어내야하는 일인 경우에 더욱더 그러하다. 절반 이상은 그냥 전화를 끊는 편이고 일부는 욕을 해대기도 한다. 물론 가끔은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네요~! 하지만 보험 가입하라고 하시면 너무 슬플것 같아요” 라고 예쁘게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긴 하댄다. 여튼 그렇게 피곤스러운 일상을 지속하는 그들에게 나같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면서 대화를 요청하면 아무래도 쉽게 썰을 풀어놓게 되는것 같다.

어쨌든 그들도 사람이다. 본인은 그저 업무 중간에 걸려오는 인터럽트가 짜증나서 퉁명스럽게 끊기도 하지만 가끔 휴식때 걸려오는 그들의 전화는 반갑기 그지 없다.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알수 없는 어떤 타인과 관계를 쌓을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직업 특성상 매우 호의적이다.

이야기가 왠지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의 주제인 ‘개인정보 보호’ 와는 별 상관이 없어져 버렸다. (사실은 제목붙이기가 귀찮아 그냥 #2 라고 붙였을 뿐이다. -.-) 여튼간에 그렇게 알게된 몇몇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끝.

“개인정보 보호 #2”에 5개의 응답

  1. P.Lotos 님의 말:

    으흐흐. 좋은 버릇인거죠.^^

  2. prodigy 님의 말:

    쉽게 거부 못하는 점을 악용해서 너무 괴롭히지는 말아라..
    울 회사 텔레마케터나 고객센터에 스토커 남자들 전화가 넘쳐난다.. -_-;;;
    아주 다들 죽으려고 한다. 먼저 끊을수도 없는데 사적인 야그로 자꾸
    끌어나가면 대략 남감해진단다..~ ㅡ,.ㅡ
    물론 너처럼 좋은 관계로 친구가 되면 금상첨화겠지만..~

  3. Testors 님의 말:

    이제는 쉬는 시간에 먼저 전화 걸어와서 수다 떨고 있다는.. -.-;;

  4. Testors 님의 말:

    그나저나 스토커 남자들이 넘쳐나는지는 몰랐네요 ㅋ

  5. Webby 님의 말:

    하하하~ 난 항상 그냥 끊어버리는 편이었는데…
    스토커에 좋은 관계 맺기라…
    저로선 대단하다는 말밖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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